• 한국일보 호외(1960.4.26.)

    |24/03/11


  • 이번에 소개할 자료는 「한국일보 호외(1960.4.26.)」이다. 가로 24cm*세로 17cm의 낱장으로 된 이 인쇄물은 B5용지(18.2cm*25.7cm)보다 살짝 작은 크기에 매우 얇은 종이로 제작되었다. 종이의 색깔은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듯 갈색으로 변색되었다. 종이 상태는 색깔의 변화 외엔 모퉁이 마모나 얼룩, 찢김, 접힘 등의 훼손없이 잘 보존되어 있다.
    가장 우측에는 『한국일보』라는 신문명이 기재되어 있는데 네모칸 안에 한반도가 하얗게 보이고 배경은 까만색 가로 줄무늬로 채워져 있다. 그 아래에는 커다랗게 호외라는 글자도 보인다. 글은 우측 세로 쓰기로 작성되었으며, 한글보다 한자 사용 빈도가 더 높다.
    호외의 타이틀은“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 사임”이다. 한국일보와 비슷한 글씨 크기로, 크고 굵게 ‘대통령직 사임’이라는 글씨가 가장 먼저 보인다. 다만 조금 더 작은 글씨로 “국민이 원한다면”이라는 전제 조건이 보인다.
    같은 날 한국일보 조간신문의 헤드라인 기사는 다음과 같았다.

    데모 재발, 일몰들어 또
    교수단 데모 뒤따랐던 수천 군중 시내 각처 휩쓸어
    25일 오후 시내 각 대학교수단 데모대가 해산한 직후 광화문 네거리에서 일어난 학생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의 데모는 탱크를 선두로 출동한 군대와 시내 요소요소에서 충돌을 거듭하다가 위협공포 발사에 까지 이르러.. 쌍방의 부상자까지 내는 가운데 심야 서울거리는 데모대의 외침과 총성이 휘몰아치고 있다. …… (중략)

    4·19혁명이 발발한 후 일주일만인 1960년 4월 26일 오전 10시 20분경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 성명을 발표하였다. 호외는 신문사가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호수 외에 중요한 뉴스를 속보로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한 낱장의 종이 인쇄물을 말한다. 대개 아침신문이 전날 오후 4시에 마감이 되어 다음날 오전 3시에 최종 인쇄되었으므로,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발표는 정기 간행호에는 실리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자 이제 이 자료의 뒷면을 살펴보자. 매우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상단부는 앞면에 호외 기사일때는 잘 보이지 않았던 스테이플러를 박았던 구멍이 두 군데 보인다. 보존 당시 다른 종이와 함께 부착되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 본다. 왼쪽 상단부에는 “사랑방 중계(115회)”라는 문구가 보이는데, ‘사랑방 중계’는 1983년 2월 26일 KBS 2TV에서 처음 방송된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인쇄는 115회차 출연진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다. 사회는 원종배 아나운서와 정영일 조선일보 편집위원이 맡았고, 단골손님으로는 전택부 YMCA 명예총무가 출연하였으며, 사랑방 손님으로는 다수의 주부들이 참여하였다는 정보를 담고 있다.
    1960년 4월에 제작된 이 인쇄물은 20여년이 훨씬 지나 방송국에서 이면지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50년대부터 시작되어 70~80년대 대대적으로 추진되었던 종이소비 절약 운동이 남긴 흔적이었다. 당시 전량 외국에서 수입하던 펄프 절약과 심각한 용지난에 대비하여 폐지 수집 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었다. 양면 활용을 원칙으로 하며 폐휴지의 소각이 금지되었다. 기업이나 학교에서는 폐지 수거함을 마련해서 따로 폐지를 모으고 한 번 사용한 서류 봉투를 5번까지 재활용하던 시대였다. 어떤 곡절을 거쳐 방송국에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20년이 넘는 시대상이 이 한 장의 자료에 담겨 있다. 종이 한 장에 전혀 다른 정보를 담고있는 이 기록물은 매우 흥미로움을 주는 동시에 어떤 경로로 입수되어 사용된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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