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회장님 우리회장님
|26/10/22
이 자료는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당시 기호 4번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후보측에서 만든 홍보 만화 책자이다. 크기는 19㎠(가로)*26.5㎠(세로)로 A4 용지 사이즈 보다 살짝 작고, 4면 2단 접지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종이는 세월을 말해주듯 갈색으로 변색되었다. 또한 곳곳에 찢어진 자국과 얼룩이 있다. 글과 그림은 펜으로 직접 그린 듯한 굵고 역동적인 만화 선과 또박또박 정성껏 적어 내려간 손글씨가 어우러져 있다. 각 장마다 하단 중앙부에 페이지 표시가 있어 총 4쪽으로 이루어 졌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첫 페이지를 살펴보자. 상단에 ‘민주대한호 운전기사 면접시험장’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고,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가운데 스포트라이트 부분에 네 명이 책상에 모여 앉아 있다. 하단부에 씌여진 만화의 제목은 ‘회장님 회장님 우리회장님’이다. 이는 당시 가장 인기있었던 TV 프로그램 〈유머일번지〉의 간판 코너인 ‘회장님 회장님 우리회장님’을 차용한 것이다. 내용 역시 ‘회장님 회장님 우리회장님’을 페러디하였는데, 가령 내용중에‘엄이사’나 ‘어이구 저거 처남만 아님 팍 자르는건데...’등이 그러했다.
두 번쨰 페이지에는 회사 직원이 “에 ~ 그럼 우리 민주대한 가족을 위해 새 민주 대한호를 이끌어 갈 기사들의 면접이 있겠습니다.”라며 면접을 시작한다. 첫 번째 지원자는 “탱크, 장갑차 모는데는 이골난 30년 경력의 보통기사 노태...”라며 인사를 한다. 당시 기호 1번이었던 노태우 후보의 ‘보통사람’슬로건과 신군부 군사정권 경력을 풍자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면접자에게 “다음 김삼영 기사”라는 말과 함께 “안녕하십니껴 상도동 민주기사 인사안드립니껴. 지야뭐 30년 무사고 아잉교.”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이는 거주지인 상도동과 김삼영이라고 표현한 것을 통해 김영삼 후보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운전면허만 따 놓고 실제 경력은 차를 한번도 몰아보지 못했답니다.”에서 국정 행정 경험이 없는 초보 운전자라는 점을 꼬집어 탈락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세 번째 면접자는 지팡이를 들고 “왔다갔다의 귀재 굴러 다니는 욕심 행동으로 보여주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나 김기사요.”라고 소개한다. 이는 김대중 후보를 풍자한 캐릭터로 정치적 변동성과 불안함을 이유로 또 다시 탈락 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 면접자는 안경쓴 김종필 후보가 “소생은 조수 생활로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여러 종류의 차를 몰아봤죠. 사실 자잘한 접촉사고도 몇 번 있었으나 승객의 안전을 늘 생각해 왔었습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이는 박정희 정부 시절부터 쌓아온 오랜 국정 경력과 자신의 과거 허물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부각한 것이다.
이후 마지막 부분에 회장이 ‘이번 새 민주 대한호는 누구에게 맡긴다?’라고 생각하는 장면에서 ‘회장님 회장님 우리회장님’의 유행어인 잘 되야 될텐데...를 생각하며 면접관들이 “역시 경륜있고 솔직한 김종필 기사가...”로 마무리 된다.
네 번째 페이지는 ‘김종필은 대통령’이라는 커다란 문구와 함께 가운데에 커다란 김종필의 캐리커처가 보인다. 우측 김종필 후보 벽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김종필은 대통령’이라는 문구를 만화에도 그대로 그려넣었다. 또한 캐리커처는 손을 들고 다섯손가락을 활짝 펼치고 있다. 캐리커처 오른편에 그의 5대 공약이 작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손가락은 공약 5개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자료는 1987년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뜨거웠던 순간을 간직한 소중한 선거기록이다. 또한 이 자료는 제13대 대통령선거 선전물로 국민들이 6월 민주항쟁을 통해 참정권을 되찾고 처음 치러진 선거에 제작된 것이다. 제13대 대통령선거는 3김이라고 불렸던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후보의 치열한 선거전이 있었다.
이 자료는 당시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알던 인기 개그프로그램의 대사와 유행어를 활용하여 유권자들이 쉽고 친근하게 접근하도록 했다. 라이벌 후보들의 약점을 재치있게 지적하면서도 자신은 오랜시간 나라 일을 도우며 쌓아온 오랜 경험을 갖춘 준비된 기사라는 점을 효과적으로 부각시켰다.
또한 만화에서는 국가를 ‘민주대한(주)’회사로, 국민을 최고 결정권자인 ‘회장님’으로 비유한 점이 특별하다. 16년만에 찾아온 대통령 직접선거에서 이 나라의 진짜 주인은 바로 국민이라는 민주주의의 당연하지만 소중한 진리를 유쾌한 이야기 속에 담아냈다. 이 만화 자료는 소중한 투표권을 통해 나라의 주인이 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후보들이 얼마나 아이디어 넘치는 홍보를 펼쳤는지 보여주는 아주 뜻깊은 선거 역사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