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정권의 억압적인 시대상황 속에서도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열망했고 마침내 6ㆍ29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1987년 12월 16일 제13대 대통령선거가 실시되었다.
제13대 대통령선거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후보의 4파전으로 치러졌으며, 선거운동의 폭이 다양화되면서 후보자들마다 다양한 매체와 방법으로 표심을 공략했다. 특히 선거벽보는 후보자들이 자신의 이미지와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 대표적인 대중매체이다. 선거벽보는 일반적으로 사진, 슬로건, 색채, 이것을 적절히 배치하는 레이아웃 4가지 요소로 구분할 수 있다. 인물사진의 경우 다시 신체적 표현요소(표정, 몸동작 등)와 비신체적 표현요소(의복)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요소들을 중심으로 당시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자료 1] 기호 1번 노태우 후보 선거벽보
• [자료 2] 기호 2번 김영삼 후보 선거벽보

• [자료 3] 기호 3번 김대중 후보 선거벽보
• [자료 4] 기호 4번 김종필 후보 선거벽보

[자료 1] 여권 후보인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는 ‘이제는 안정입니다’를 대표적 구호로 선정했다. 전체적으로 파랑을 사용해서 평화와 안정을 연상하게 한다. 노태우 후보는 ‘안정’과 ‘보통사람’으로 군부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화염병이 난무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을 걱정하는 민심을 안정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신체적 표현에서는 웃는 표정과 엄지손가락을 세운 한쪽 팔을 뻗는 동작을 통해 대통령 후보자로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몸동작은 대통령선거 당선자 선거벽보 중 유일하다. 비신체적 요소인 의상의 경우 블랙 슈트와 어두운 톤의 레드 스트라이프 패턴이 적용된 넥타이를 착용하여 활동적이면서도 무게감 있는 이미지를 연출했다.
[자료 2]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는 ‘군정종식’을 대표 슬로건으로 정하고 ‘친근한 대통령, 정직한 정부’ 이미지와 공약을 내세우며 선거유세를 진행했다. ‘군정종식’이라는 슬로건을 빨간 색으로 강조했는데, 빨강은 강렬, 정열, 혁명 등 이미지를 연상하게 한다. 자신의 민주화 투사 이미지를 연결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체적 요소에서 굳게 다문 입술과 무표정한 얼굴을 연출하여 신뢰와 믿음, 정직한 정부에 대한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했다.
[자료 3] 평민당 김대중 후보의 선거벽보는 흑백 사진을 사용하여 배경과 의상의 강한 대비가 특징이며, 이 때문에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평민은 평민당 대중은 김대중’을 주요 슬로건으로 채택하고 대중적 이미지 부각에 힘썼다. 노랑을 중심색으로 사용하여 그간의 강인한 이미지와 용공시비, 색깔론을 차단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했다.
신체적 표현에서는 굳게 다문 입술과 함께 미소 짓는 표정으로 전체적으로 절제된 느낌을 주고 있다. 의상 요소에서는 전통 복식인 두루마기를 착용한 것이 특징적이다. 민족성, 애국투사 등 이미지를 연출했다.
[자료 4] 공화당의 김종필 후보는 이렇다 할 슬로건 없이 두루뭉술하게 자신의 경륜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전체적인 강한 슬로건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지역별 유세장 연설에 승부를 걸었는데, 과거 3공화국 군부 출신 인물로서 군부 출신 여당 후보와 군정종식을 부르짖는 야당 후보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위치에 처하는 등 마땅히 내놓을 만한 슬로건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얼굴과 상반신, 시선이 좌측을 향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의상 요소에서 블루 슈트 및 레드와 블랙의 강한 대비가 이루어진 블록 스트라이트 패턴의 넥타이를 착용하여 주목성과 활동적 이미지를 부여했다. 동시에 금속 재질의 사각 프레임 안경을 사용하여 위엄과 절도 있는 모습을 표출하고 있다.
당시 주요 후보자들의 선거 포스터를 통해 제13대 대통령선거는 군부 출신인 노태우 후보의 ‘정통성 문제 극복’ 시도와 이에 대한 야당 측의 집요한 공세가 주된 양상이었음을 볼 수 있다. 이 선거에서는 민주화운동 세력을 이끌며 ‘군정종식’을 외치던 김영삼, 김대중 두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안정’을 내세운 노태우 후보가 36.6%로 당선되었다.

※ 참고문헌
대한민국역사박물관ㆍ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거, 민주주의를 키우다」. 2016.
김지우.「대통령 선거 포스터에 나타난 정치인 이미지에 관한 연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패션예술학과 석사학위논문. 2015.
류태수.「선거홍보 포스터의 표현에 관한 연구」. 경남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3.
임동률. 정치 슬로건이 유권자의 의사결정에 미친 영향. 세종대학교 언론문화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