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국민투표 - 기나긴 겨울의 시작
|18/11/05
■ 10월 유신과 제3차 국민투표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인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의 정치체제를 개혁한다’고 선언합니다. 제8대 국회를 해산시키고 전국적인 비상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한 간접 방식의 대통령 선출 등을 포함하는 헌법개정안을 내고 11월 21일 국민투표를 통해 ‘유신헌법’을 확정했습니다. 대통령에게 막대한 권한을 집중시킨 유신체제는 국회의 기능과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부정했습니다. 11월의 추위와 함께 우리나라 선거의 역사에도 길고 긴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유신헌법은 국회가 해산되고 정치활동이 정지된 상황에서 변칙적으로 채택되었습니다. 비상계엄령 하에서 구성된 비상국무회의는 즉각 대통령의 종신집권을 보장하고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헌법 개정안을 제출ㆍ의결했으며 이를 국민투표에 부쳤습니다. 정부는 국민투표 실시에 앞서 특별조치를 선포하고 국민투표와 관련한 정당 및 시민들의 찬반 운동을 일절 금하였으며, 투표와 개표 참관인들도 정당이 추천하는 사람들 대신 투표구 및 개표구 내에 거주하는 유권자 가운데 학식과 덕망이 높은 사람을 해당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선정하도록 했습니다.
[자료4] 1972년 10월 유신과 11월 21일 실시된 국민투표에 관한 책자. 총 40쪽이며, 목차는 Ⅰ. 제안 이유, Ⅱ. 주요 골자, Ⅲ. 내용, Ⅳ. 제안자의 소언 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신헌법은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한 간접 방식의 대통령 선출을 비롯해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과 긴급조치권 부여, 국회의 대통령 탄핵권 및 국정감사제도 폐지, 국회의원 1/3의 대통령 추천 등을 포함했습니다.
[자료5]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선거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담화문. 11월 21일 확정된 유신헙법에 의해 12월 15일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담화문에서는 10월 유신의 이념을 전 국민에게 생활화하여 한국적 민주주의를 토착화하는 데 앞장설 수 있는 내 고장의 덕망 있고 참신한 인사들이 선출될 수 있도록 투표에 참여하자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 대통령 간접선거의 시대 - ‘체육관 대통령’
12월 23일에는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한 제8대 대통령선거가 실시되었습니다. 단독 출마한 박정희 후보는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의 99.9%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무효표가 2표 나왔을 뿐 모두 찬성표였습니다. 이런 선거결과는 민주주의 국가의 자유선거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유신헌법의 비민주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대통령 간접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닌 통일주체국민회의 사무처에서 관리하였고,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벽보나 공보는 제작하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 대통령선거는 장충체육관에서 실시되었기에 ‘체육관 선거’라고도 불렀습니다. 취임식 또한 장충체육관에서 거행되었기에 ‘체육관 대통령’이라고 불렀는데요. 이후 1979년 제10대 최규하 대통령, 1980년 제11대 및 1981년 제12대 전두환 대통령까지 통일주체국민회의 또는 대통령선거인단의 간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선출되었습니다, 유신헌법 이후 대통령선거는 경쟁이라는 최소한의 명목마저 사라진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었습니다.
※ 참고문헌
대한민국역사박물관ㆍ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 민주주의를 키우다」, 2016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 대한민국을 만들다」, 2017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민국을 만든 70가지 선거 이야기」,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