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8년 5·10총선거 후보자 추천 벽보

    |23/05/09


  • ■1948년 5·10총선거 후보자 추천 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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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5·10총선거는 우리 역사에서 보통·평등·비밀·직접선거로 치러진 최초의 민주선거였다. 임기 2년의 제헌국회의원 200명을 선출하는 선거였고, 전국에서 모두 948명이 출마하였다. 투표율은 95.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수립했다. 5·10총선거가 실시된 지 75년이 지난 지금 그와 관련된 자료는 별로 많지 않다. 남아 있는 자료의 대부분은 작은 크기의 명함형 전단지와 A4 크기의 후보자 선전물, 추천서 등이다. 그중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기록보존소에는 가로, 세로가 77×161㎝에 달하는 최형규 후보의 대형 선전벽보를 소장해 전시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굴된 선전벽보 중 가장 큰 사이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렇게 희귀한 대형 선전벽보를 비롯해 선거·정당 관련 자료를 꾸준히 수집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2022년도에도 200여 점의 자료를 공개 구입하고, 300여 점의 자료를 기증받는 등 다각도로 자료를 수집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1m가 넘는 희귀한 대형 5·10총선거 관련 자료를 입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추천”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자료는 가로, 세로가 108×78㎝에 달한다. 앞서 최형규의 선전벽보는 후보자 본인이 직접 작성해 첩부한 자료인 데 반해 이 추천서는 후보자가 아니라 “김제군 을선거구 유권자 유지 일동”이라는 추천자가 제작한 자료이다. 보통의 추천서가 A4 사이즈의 크기로 유권자에게 배포하며 홍보하는 용도로 활용되었다면, 1m가 넘는 이 추천서는 배포용이 아니라 벽이나 담장에 첩부하는 용도로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대형 첩부용 추천서는 1950년대 대통령선거에서 간혹 보일 뿐 국회의원선거에서는 매우 희귀한 형태이다.

    “우리 민족의 위급 존망지추를 당하여
    금반 총선거는 조국을 재건하고 국권을 극구할 실로 우리 민족 만대의 기업을 수립함이니
    특히 금반 국회의원은 재덕이 겸비하고 훌륭한 인물을 선출함은 우리의 염원인 바
    최윤호 군은 학식이 탁월하고 품격이 고결하며 정치의 역량이 원대하고 신념이 확호한 애국자요
    진정한 민족주의자로서 이 최윤호 군이 우리 국회의원의 최적임자이니
    애국동지는 동심동력으로 총궐기하여 존중한 일표로서
    조국 재건의 열렬한 정신을 표현하시기 바라나이다.
    단기 4281년 4월 일 김제군 을선거구 유권자 유지 일동”

    김제군 을선거구에 출마한 최윤호 후보자를 추천하며 한 표를 부탁하는 글이다. 최윤호는 1900년 생으로,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소속으로 5·10총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하였다. 이후 1950년 제2대 국회의원선거에 같은 선거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었다.
    이 자료를 좀 더 살펴보면, 흰색 종이에 보라색 문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추천서에는 거의 발견할 수 없는 문양이 삽입되어 있다. 유권자들 시선을 모으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한반도 지도 문양은 종이에 문양을 덧대고 그 주위를 물감을 묻힌 스펀지로 찍어낸 뒤 덧댄 문양을 제거해 지도 문양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흥미롭게도 한반도 문양 가운데에 38선으로 보이는 선이 표현되어 있다. 우측 상단의 “1표”는 스텐실 기법 또는 도장으로 찍어낸 것으로 보인다.
    문양과 글자를 살펴보면, 글자가 문양을 침범하고 있어 문양이 들어 있는 흰 종이에 추천사를 썼음을 알 수 있다. 수려한 국·한문 혼용체는 작성자가 전문 필경사이거나 학식이 높은 사람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당시 추천서나 홍보용 전단지는 철필로 등사된 인쇄본이 대부분인데, 이 자료는 붓으로 직접 쓴 상당히 희귀한 자료이다. 이 때문에 실물을 많이 제작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중 하나가 7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현재 우리에게 선거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다.

    이 자료는 2020년 KBS ‘TV쇼 진품명품’에 출품된 적이 있다. 그때 소장자가 밝힌 입수 경로는 군산의 한 마을 이장으로부터 넘겨받았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파손된 부위가 많지 않아 깨끗한 편이나, 전 소장자가 여러 번 접어서 보관했던 관계로 접지 부위가 훼손되어 보존·복원 처리가 필요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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