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 제4·5대 정·부통령선거 민주당 선거벽보

    |23/03/09


  • 1960년 제4·5대 정·부통령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민주당에 비상이 걸렸다. 선거 예정일을 6개월도 채 안 남겨둔 시점에서 대통령후보인 조병옥 박사가 1959년 12월 중순 청량리 위생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후보자의 건강 문제는 자칫 선거판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었다. 민주당은 치열했던 11월의 대통령후보 지명대회를 치르느라 과로가 쌓인 탓이라고 세간의 염려를 무마했으나, 60대 중반을 넘긴 그의 건강 문제가 세간에 오르내리는 것은 달가운 상황이 아니었다. 민주당은 며칠 뒤 조병옥 후보의 퇴원과 완쾌 소식을 언론에 알렸다.
    조병옥 후보에게 과로를 안긴 11월의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초박빙의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혼전이었다. 민주당에서는 당대표인 조병옥 의원과 부통령 장면이 대통령 후보자 지명을 위한 당내 경선에 나섰다. 조병옥으로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대권 도전이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설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맞수는 지난 제3·4대 정·부통령선거에서 자유당의 이기붕 후보를 제치고 부통령에 당선되어 파란을 일으킨 장면 부통령이었다.
    민주당은 신파와 구파로 분열되었다. 세간에는 장파와 조파라고도 불렀다. 장면을 지지하는 신파, 조병옥을 지지하는 구파라는 의미였다. 양파의 대립이 얼마나 극심했었는지 10월 10일 조병옥 대표는 “당을 살리기 위해 정·부통령 지명경쟁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포기 선언에 민주당은 최고위원 10인으로 ‘분규수습10인위원회’를 조직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결국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조병옥 대표는 출마 포기 의사를 번복하고 대회에서 결정된 대로 무조건 승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우여곡절 끝에 11월 26일 개최된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 결과는 3표 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조병옥 대표가 484표를 얻어 대통령선거 후보로 지명되었고, 481표를 얻은 장면 부통령은 다시 한 번 부통령선거 후보로 지명된 것이다.
    그리하여 조병옥-장면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제4·5대 정·부통령선거에 나서게 된 민주당은 다음과 같은 선거벽보를 제작하여 첩부하였다.

    이 선거벽보의 크기는 가로 38㎝, 세로 53㎝였다. A3 규격보다는 가로, 세로 10㎝ 정도 크고, A2 규격보다는 가로, 세로가 4~5㎝ 정도 작은 사이즈였다. 전체적으로 흰 바탕에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보색 대비를 활용해 디자인하였다. 특히 선거벽보의 한 가운데에 붉은색 존을 세로로 배치하고 “협잡선거 물리치자!”라는 선거구호를 넣어 유권자의 눈에 확 들어오는 도안이었다.
    이번 선거벽보의 디자인은 지난 1956년 제3·4대 정·부통령선거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의 재활용 수준이었는데, 후보자 성명과 기호, 선거구호 정도만 다를 뿐 전체적인 배치는 동일했다. 지난 선거에서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선거구호로 화제를 모았던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협잡선거 물리치자’라는 구호로 부정선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했다. 두 후보자보다 선거구호가 더 눈에 띄는 벽보였다. 그만큼 부정선거가 없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벽보였다.
    무엇보다 이 선거벽보에는 대통령후보자 조병옥의 사진이 빠져있어 눈길을 끈다. 선거벽보 상단의 좌우에는 후보자의 사진을 인쇄해 넣도록 디자인했다. 우측에 대통령선거 후보자, 좌측에 부통령선거 후보자가 위치하고 각각 1번과 3번을 의미하는 작대기 기호를 눈에 띄게 붉은색으로 표기했다. 장면 후보의 사진은 지난번 부통령선거에서 사용한 사진과 조금 다른데 약간 미소를 머금은 듯한 모습이다. 반면에 조병옥 후보의 사진은 사각형 테두리만 남겨둔 채 빠져있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의 신상에 문제가 생긴 듯하다.
    선거를 앞두고 입원했던 조병옥 후보는 사실 단순한 과로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부득이 1960년 1월 29일 미국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았다. 위장의 일부를 절제할 만큼 심각한 질병이었다. 위암이었던 듯하다.
    그 사이 정부는 2월 3일 제4·5대 정·부통령선거 선거일을 3월 15일로 발표했다. 대통령의 임기는 5월까지였는데, 선거는 3월에 치르기로 앞당긴 것이다. 민주당을 비롯해 야당은 모두 거세게 반대했지만,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후보자등록 기간은 2월 4일부터 13일까지였다. 민주당은 2월 7일 조병옥-장면 후보를 각각 정·부통령선거 후보자로 등록을 마쳤다.
    그런데 무사히 수술을 끝내고 회복을 기다리는 중이라던 조병옥 후보가 2월 15일 갑자기 숨을 거두고 말았다. 지난 1956년 제3·4대 정·부통령선거에서도 신익희 대통령 후보가 유세 도중 사망한 데 이어 민주당은 연이어 대통령선거 후보자가 사망하는 비운을 겪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민주당은 아연실색했지만, 후보자등록 기간도 모두 끝났고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선거벽보에 조병옥 후보의 사진을 비워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선거벽보는 당시 선거 상황을 담은 기록영상이나 기록사진 등에 간간이 등장하기는 했으나, 실물이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21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개모집을 통해 입수하면서 세상에 그 존재가 알려졌다. 자료 상태는 양호한 편이나 좌측 장면 후보의 기호 부분이 15㎝가량 찢어져 있어 복원이 필요한 상태이다. 그 외에 접어서 보관하다 생긴 접힌 자국이 군데군데 깊게 남아 있으나, 오염된 부위도 거의 없고 색감도 훌륭하게 남아 있어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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