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 과정 학습필름

    |23/12/22


  • 2023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민간 소장 기록물 공개 구입 사업을 통해 총 421점의 자료를 수집하였다. 그중 가장 작으면서도 흥미로운 자료를 소개하고자 한다. 크기가 8.5㎝(가로)*6.5㎝(세로)*5.5㎝(높이)인 손바닥 크기 정도의 작은 상자이다. 두꺼운 하드보드지로 제작된 푸른색 상자 위에는 이 자료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서가 있다.

    사회과 (?-2)
    단원 : 2, 민주주의와정치
    주제 : 투표 과정
    흑백 25매
    강화군 교육청


    위 문구는 상자 뚜껑에 붙어 있는 표지에 적힌 내용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 자료가 강화군 교육청에서 사회과 교과의 2단원 ‘민주주의와 정치’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흑백 슬라이드 필름 25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몇 학년 과정인지는 표지가 훼손되어 있어 정확히 파악하기가 곤란하다. 뚜껑을 열면 [사진 2]와 같이 두 공간으로 나뉘어 슬라이드 필름이 담겨 있다. 필름의 크기는 5㎝*5㎝로 정사각형이다. 각 필름마다 번호가 표기되어 있고, 상자 뚜껑에 표기되어 있던 것처럼 흑백 슬라이드 필름 25매가 들어 있다. 분실 없이 원래 매수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이다. 슬라이드 필름이어서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이 자료의 제작 시기는 1967년으로 추정된다. 슬라이드 필름에 담긴 내용이 1967년 제6대 대통령선거 상황을 촬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촬영 장소는 강화군 양도면이었다. 당시 진행되었던 실제 투?개표 과정을 촬영하여 시간 순서에 따라 보여주고 있다. 5월에 있었던 제6대 대통령선거 과정을 촬영하여 2학기 사회과 과정 교재로 사용하고자 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록원 소장 실물화상기를 통해 자료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았더니, 필름 1~2번은 선거일을 알리는 홍보 현수막과 담장에 첩부된 선거벽보의 모습을 담고 있다. 1번 필름에 담긴 현수막에 “5월 3일은 대통령선거의 날”이라고 쓰여 있어 제6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1967년도 사진임을 확인할 수 있다.

    2번 필름은 어느 집 담장에 붙어 있는 선거벽보의 모습인데, 각 후보자들의 얼굴이나 글씨 하나하나 매우 또렷하게 잘 나와 있다. 아래 원본 벽보와 비교했을 때에도 흑백의 차이만 있을 뿐 정말 또렷하게 잘 찍혀 있다.

    필름 3번부터 10번까지는 강화군 양도면 제1투표구 투표소의 내외부 장면을 담고 있다. 투표소에 들어가는 전경부터 접수참관인 배치, 선거인명부 본인 확인 및 투표용지 교부, 기표, 투표함 투입에 이르는 과정을 순서대로 촬영하여 투표 절차를 알기 쉽게 보여주고 있다. 그중 아래 [필름 6번]은 선거인명부를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장면인데, 촬영 중에 흔들렸는지 살짝 흐릿하지만 선거인의 주머니에 꽂힌 볼펜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필름 9번]은 [필름 6번]과 동일한 선거인이 기표 후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고 있는 모습이다. 투표참관인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며, 커다란 목재 투표함을 눈여겨볼 만하다.

    정복을 입은 경찰이 총을 메고 지키고 있는 강화군 개표소 입구를 촬영한 11번 필름부터 마지막 25번 필름까지는 개표 과정을 담고 있다. 투표소에서 개표소로 옮긴 투표함은 개함하여 개표상에 투표지를 한데 쏟은 뒤 후보자별로 분류하고 유?무효표를 심사했다. 이 과정이 끝난 투표지는 아래 [필름 17번]에서 보듯이 계산부에서 100매 단위로 묶어 계산하는데, 당시 사용하였던 커다란 투표지와 주판도 확인할 수 있다. 계산부의 뒤에는 개표참관인들이 앉아 있다. 이렇듯 투표 과정 학습필름은 개표참관인, 개함, 투표지 정리?분류?심사?집계, 개표상황표 작성, 투표지 포장?정리까지 각 단계를 장면별로 촬영해 개표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성냥갑 같은 이 상자는 1960년대 투표소의 풍경, 투표 과정, 당시 사용하였던 투표용구, 사람들의 의복, 머리모양, 건물 양식 등 상당히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필름에 까만 얼룩 같은 점들이 보이는데 이는 필름이 오래되어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다. 필름의 노후화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의 필요성이 느껴진다.

  • 다음글 한국일보 호외(1960.4.26.)
  • 이전글 대통령 직접선거의 시작

[13809] 경기도 과천시 홍촌말로 44 대표전화 : 02-50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