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이야기

  • 공명선거를 위한 시민운동의 시작 - 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 협의회 발족(1991)

    |1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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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화 시대 시민운동의 확대
    1987년 민주화 이후 시민운동은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87년 6ㆍ10민주항쟁 자체가 시민의식이 고양된 결과였기에 권위주의 체제가 무너지자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시민운동이 활성화되어 사회적 요구가 현재화되고 정치권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 때 결국 민주화가 진전되고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시민운동은 여성, 환경, 경제, 노동, 농민의 영역을 넘어 다시 정치의 영역까지 확산되었습니다.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형태로 이어져온 기성 정치구조를 깨뜨려 공개적이며 합리적인 정치 질서로 대체하고, 새로운 민주화시대의 시민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려고 했습니다.
    시민운동의 저변에는 권리에 대한 각성이 깔려있었습니다. 방안에 앉아 불평만 하던 옛날의 나약한 모습이 아니라 밖으로 나와 권리를 요구하는 행동하는 시민이 된 것이죠. 자연스럽게 참정권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제도인 선거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같았습니다. 더 나아가 정치발전을 이룰 수 있는 선거혁명을 꿈꾸었습니다.

    ■ 공명선거를 바라는 마음을 모아 공선협 출범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공명선거감시단’이 활동했습니다. 이 단체는 금품 살포 등 불법 선거운동이나 투ㆍ개표 과정을 감시했습니다. 이른바 운동권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하는 특정한 정치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었고, 일회성 활동에 그쳤습니다.
    1991년 30여 년 만에 지방선거가 부활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부활한 지방선거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불법선거 우려가 커졌습니다. 1990년 말부터 전국 곳곳에서는 지방선거에 나오려는 출마 예정자들이 사전선거운동을 자행하는 등 불법선거 조짐이 보였습니다. 민주화가 시작되었지만, 후진적인 선거문화는 아직 바뀌지 않았던 것이죠.
    시민들은 직접 나서서 선거문화를 개선하는 공명선거 활동을 수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양한 시민단체가 동참했습니다. 특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1991년 1월 12일 민간에서는 최초로 선거부정 고발 창구를 개설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뒤이어 흥사단에서도 공명선거 실천 기구를 설치하기로 결의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기독교계와 불교계 등 종교계에서도 공명선거운동 물결에 동참해 공명선거실천기독교대책위원회와 공명선거추진불교도시민연합을 결성했습니다.
    시민사회 곳곳에서 공명선거운동이 벌어지자 범국민적인 연대 기구를 발족시키자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마침내 2월 7일 서울 YMCA회관에서 경실련을 비롯한 9개 시민단체가 연대해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이하 공선협) 창립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창립대회에서는 〃이번 선거가 금권과 관권이 난무하는 불법 타락선거로 진행될 경우 이 땅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게 될 것이다. 공명선거에 대한 시민의 의지를 모아 깨끗한 선거가 되도록 공동으로 활동하기 위해 협의회를 구성한다〃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 공선협의 활동과 발전
    공선협의 가장 핵심적인 활동은 선거부정 감시활동이었습니다. 선거부정 고발 창구를 통해 시민들의 제보를 받고 조사해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서울 16개 구마다 시민선거감시단을 조직해 '부정선거 규탄 캠페인'을 전개하며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선거참여를 권장했습니다. 또 〃이런 사람을 뽑읍시다〃와 〃이런 사람은 뽑지 맙시다〃라는 제목으로 스티커를 배부하며 유권자들에게 후보자 선택기준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는 57개 시민단체로 확대되어 전국 39개 지역 400여 단체가 참여했습니다. 이지문 중위의 군부재자투표 부정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고, 언론의 불공정 보도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제14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전국 71개 지역, 500여 단체로 확대해 전국의 시민단체를 총 망라한 규모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때부터 정책캠페인을 시작했는데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100대 정책과제캠페인을 전개해 선거문화의 중심을 정책 중심으로 전환시켜 나가는 데 일조하였습니다.

    ■ 시민단체와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선거문화
    공선협 활동은 선거문화를 개혁하는 데 적잖이 기여했습니다. 공선협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투표참여운동, 공명선거운동, 시민후보 추대, 후보자 정책 설문조사 등을 벌이며 각계각층의 시민들을 조직해 선거과정에 참여했습니다. 모두 주권자의 목소리를 선거에, 정치에 반영시키려는 움직임이었습니다. 특정 정치세력과 손잡지 않으면서도 자발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결속된 시민운동이자 새로운 선거문화였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이런 흐름 속에서 1991년부터 순수한 공명선거 활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였습니다. 선거환경은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으며, 시민들은 보다 성숙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선협과 같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행위자들과 협력해 선거환경 변화에 대응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행정사무관 조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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