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이야기

  • 위탁선거의 새 장을 연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2015.3.11.)

    |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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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생활 속 선거의 위탁 관리
    우리는 생활 주변에서 다양한 선거를 접하고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학생회장선거를 경험했고 동호회에 들어가면 동호회장선거에 참여합니다. 아파트에 살면서 아파트동대표를 선출하기도 하고 재건축 찬반투표를 하기도 하죠. 깨끗한 선거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주변에서 실시하는 선거 역시 공명하게 치러져야 합니다. 하지만 생활 주변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품수수, 향응 제공, 허위ㆍ비방 등의 부정적 행태가 관행화되어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갈등을 부채질해 왔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1993년부터 민간선거를 지원하기 시작해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이사와 감사 선출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던 ㈜오향관광개발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주주총회 관리를 맡기면서 이해당사자 모두 주주총회 결과에 승복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2003년에는 충남 천안 초원그린아파트에서 3명의 입주민이 서로 입주자대표회장이라고 주장하며 몇 년 동안 형사 고소ㆍ고발, 민사분쟁이 계속돼 심각한 갈등을 겪었는데 2007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입주자대표선거를 위탁 관리하면서 갈등이 해소되었습니다.
    그리하여 2000년 이후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조합장선거, 아파트동대표선거, 정비사업조합과 공동주택 임원선거 등 폭넓게 생활 주변 선거를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2006년에는 열린우리당 의장 및 최고위원 경선을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했는데 당내경선 사상 처음이었습니다. 또 과열 선거운동으로 반목과 갈등을 빚어 학교 운영과 학사 일정에 많은 차질을 빚었던 국립대학총장선거도 2006년부터 위탁받아 관리했습니다.

    ■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실시
    여기 또 하나 혼탁한 선거로 몸살을 앓던 선거가 있었습니다. 바로 조합장선거입니다. 과거 농협, 수협, 산림조합의 조합장은 임명제로 운영되다가 1980년대 후반 민주화 분위기를 타고 직선제로 전환됐습니다. 각 조합은 자체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조합장선거를 치렀지만 혼탁한 선거로 사회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2004년 선거관리위원회에 조합장 선출을 의무적으로 위탁하도록 「조합법」이 개정됐습니다.
    2016년 4월 30일까지 총 3,837회의 조합장선거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되었습니다. 선거를 위탁하는 것이 조합의 자율성 침해라는 일부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80%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전보다 깨끗한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위탁 관리로 혼탁했던 선거과정이 많이 개선됐으나 각 조합별로 선거가 치뤄지다보니 선거 시기도 달랐고, 법규나 정관도 제각각이어서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2011년과 2012년 각 조합은 조합장 임기를 통일하고, 조합장선거를 같은 날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조합마다 달랐던 선거절차도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통일했습니다.
    2015년 3월 11일 전국 1,326개 조합에서 일제히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졌습니다. 농협 1,115개, 수협 82개, 산림조합 129개였습니다. 3,508명의 후보자가 등록해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80.2%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0년간의 조합장선거 평균 투표율보다 높았습니다.

    ■ 더욱 깨끗한 위탁선거를 위하여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합장선거의 특성상 공직선거와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먼저 선거운동은 선거공보, 선거벽보, 어깨띠 등 소품, 전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방법과 다수인이 왕래하거나 공개된 장소에서의 명함 배포만 가능했습니다. 대담ㆍ토론회 등은 할 수 없었는데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고, 금품 살포 행위가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예비후보자제도가 없습니다. 자칫 선거기간이 길어져 선거 분위기가 과열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의 최우선 과제는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돈 선거’의 척결이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지도와 예방활동으로 확실히 과거보다 선거범죄가 줄었고 투명해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고발이 149건에 달할 만큼 금품 제공, 흑색선전 등 혼탁한 선거 분위기는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위탁선거로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게 되자 더욱 많은 단체들이 위탁선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국민들의 생활 주변 선거를 적극 지원해 나갈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 생활 전반에서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건전하고 깨끗한 선거문화와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튼튼한 발판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글쓴이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이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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