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이야기

  • 교육자치의 꽃, 주민 직선 교육감선거

    |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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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적이지 못했던 교육감선거
    교육감은 시ㆍ도에서 초ㆍ중ㆍ고 교육 행정을 총지휘하는 자리입니다. 해당 시ㆍ도의 학교장을 비롯한 교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교육예산을 관장하며, 조례와 규칙도 제정할 수 있습니다. 학교를 설립하거나 이전ㆍ폐교하는 권한도 교육감이 가지고 있죠. 한 마디로 ‘교육대통령’이라 부르는 아주 중요한 자리입니다.
    1991년부터 지역 주민들이 교육행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자치제가 도입된 이후 교육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전에는 대통령이 교육감을 임명했습니다. 교육자치 시대가 열리면서 교육감 선출은 여러 차례 변했습니다. 처음엔 교육위원들이 교황식 선거방식으로 교육감을 뽑았습니다. 후보등록이나 추천 절차 없이 무기명 투표로 뽑는 ‘얼굴 없는 선거’였죠. 그 뒤 학교운영위원회의 대의원 간접선거로, 다시 운영위원 전원의 간접선거로 유권자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이렇게 유권자의 폭이 넓어진 까닭은 교육감 선출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일어난 선거부정 시비 때문이었습니다.
    교육감선거는 선거 때마다 적지 않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았습니다. 2005년 전국 16개 시ㆍ도 교육감 가운데 선거과정에서의 각종 비리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교육감은 무려 4명이나 되었습니다. 울산시 교육감은 취임 하루 만에 구속되기도 했고, 당선무효형으로 재선거가 실시된 대전에서는 재선거 당선자마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았다가 극적으로 감형되어 겨우 ‘재재선거’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출마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최악의 사태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교육감선거는 ‘전과자 양산 선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주민 직접선거로 바뀐 교육감선거
    학교운영위원들의 간접선거로 치러지던 교육감선거는 선거인단 규모가 작아 주민 대표성이 떨어지고, 후보자들이 금품과 향응으로 선거인단을 포섭하기 쉬운 데다 선거운동 방식이 제한적이어서 불법선거에 빠지기 쉬웠습니다. 유권자가 수천 명에 불과해 성향 파악도 쉽고 개별접촉도 쉬운데, 선거법은 이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 불법의 유혹에 넘어가곤 했죠. ‘선거브로커’도 기승을 부렸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교육감선거에 시비와 잡음이 끊이지 않자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습니다. 교육계 선거이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출마자들 스스로 법을 어기면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준법정신을 가르칠 수 있겠느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2006년에는 유권자인 학교운영위원들이 자정선언문을 발표하고 나섰고, 전국 16개 시ㆍ도교육위원회 의장단은 교육자치의 정상화를 위해 교육감선거의 주민직선제를 요구했습니다.
    교육감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가운데 제주도는 2006년 ‘도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교육감 직선제를 도입하여 2008년 1월부터 도민 직선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2006년 12월 국회에서 「지방교육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주민직선제 방식이 채택되었습니다. 2007년 1월 1일 이후 실시되는 교육감선거는 모두 직선제로 치러지고, 첫 전국 동시 직선은 2010년 6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르기로 했습니다.

    ■ 직선제 교육감선거의 명암
    최초의 직선제 교육감선거가 2007년 2월 14일 부산에서 실시되었습니다. 교육자치의 새 장을 열 것 같았습니다. 주민 직선을 통한 교육자치의 완성이라고 기대는 한껏 높았지만, 현실은 투표율 15.3%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겼습니다. 주민 직선제 선거사상 최저 투표율이었는데, 예산만 175억 원이 들어 낭비 논란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2008년 서울시교육감선거, 2009년 경기도교육감선거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투표율이 20%를 밑돌았습니다.


    2010년부터 교육감선거를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르게 되어 지방선거 6개와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까지 8번 기표해야 했습니다. 2014년부터 교육의원선거가 폐지(제주도 제외)되면서 수고를 조금 덜었죠. 그동안 지방선거 투표율이 높지 않았는데, 교육감선거까지 더해져 관심이 높아지면 시너지 효과로 투표율이 오르리라 기대했습니다. 제5회 지방선거 투표율이 54.5%이니 그런 대로 선전했습니다. 교육감선거 단독으로 치를 때보다 투표율이 배 이상 뛰어올랐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교육감선거의 최대 변수는 공약도, 정책도 아닌 후보자 이름이 들어가는 투표용지 자리였으니 말이죠. 교육감선거는 정치적 색채를 빼기 위해 정당 당원은 출마할 수 없고 투표용지에는 후보자 이름만 쓰여 있었습니다. 정당은 후보자를 추천하거나 지지ㆍ반대할 수 없고 후보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선거에서는 당시 유력 정당과 같은 순서를 배정받은 후보에게 투표하는 ‘줄투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유력 정당이 1번이나 2번에 배치되기 마련이어서 투표용지 앞 번호를 차지하는 게 당선의 관건이 된 것이죠. 두 번째 칸 아래는 군소 후보로 치부되었습니다. 투표용지 기입 순서를 정하기 위해 기호를 추첨하는 날이면 여기저기서 기도하기에 정신없었습니다. 1번이나 2번을 뽑는 순간 그 후보자는 환호하고 다른 후보자들은 탄식하는 모습이 전국 어디서나 똑같았습니다.

    ■ 교호투표용지가 도입된 교육감선거
    교육감선거는 한동안 제비뽑기만 잘하면 당선되는 선거라며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렸습니다. 로또 선거, 깜깜이 선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들어야했죠. 10분도 채 안 걸리는 기호 추첨에 목을 매는 선거제도는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제6회 지방선거부터 ‘교호투표용지’가 도입되었습니다.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을 가로로 나열하고 선거구마다 배열순서를 달리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 선거구에서 A-B-C로 나열했다면, 나 선거구에서는 B-C-A, 다 선거구에서는 C-A-B로 평등하게 나열하는 방식입니다.
    지역 주민이 직접 교육감을 선출하면서 주민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지역 특성에 적합한 교육정책을 자율적으로 시행하게 돼 교육의 질적 향상을 제고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아직 헤쳐 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유권자 스스로 교육감선거에 관심을 두고 후보자를 꼼꼼히 평가해 투표해야 합니다. 공교육 현장이 붕괴되었다고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투표로 참다운 ‘교육 일꾼’을 뽑아서 활기찬 교육현장을 만들어 가는 교육감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길입니다.

    <글쓴이 : 영월군선거관리위원회 주임 심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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