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이야기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발생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헌정사상 초유의 사이버 테러

    |1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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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상급식 갈등에 휩싸인 서울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가 끝난 뒤 무상급식 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서울시장과 의회의 갈등이 점점 깊어졌습니다. 시장은 여당인 한나라당 오세훈이었고, 서울시의회는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전체 의석의 75%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서울시교육감은 진보성향의 곽노현이어서 무상급식 갈등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를 두고 전국적으로 논란이 일었는데, 여야의 정책대결을 넘어 보수냐 진보냐를 가르는 기준처럼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회는 2011년 1월 6일 의장 직권으로 보편적인 무상급식 조례안을 공포하였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처리한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 공포를 거부했으나 다음날 의장 직권으로 조례안을 공포했고, 서울시는 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무소속 범야권 단일후보의 당선
    사태가 이 지경이 되자 오세훈 시장은 선택적 무상급식에 관해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발의하였습니다. 시장직을 걸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25.7%의 투표율로 1/3에 미달해 개표도 하지 못한 채 오세훈 시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곧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10월 26일로 공고되었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여당인 기호 1번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기호 10번 박원순 후보의 양자대결로 진행되었습니다. 애초 민주통합당에서는 박영선 의원이 후보로 선출되었으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 비해 지지율이 떨어졌습니다. 가장 높은 지지는 안철수 원장이 받고 있었는데 출마를 고심하던 그는 아무런 조건 없이 박원순 이사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안철수 원장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원순 후보는 박영선 의원, 민주노동당 최규엽 소장과 경선을 거쳐 범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되었습니다.
    10월 26일 선거 결과 최종 투표율은 48.6%였고, 박원순 후보가 53.4%를 득표해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됐습니다.

    ■ 선거일 선거 심장부 기습 테러
    보궐선거 당일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른 아침 출근에 앞서 투표소를 확인해 보려던 시민들은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었습니다. 투표율을 얼마나 올리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던 상황에서 투표소 찾기가 안 된다고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까닭은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오전 6시 15분부터 8시 32분까지 홈페이지가 마비되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사상 초유의 사이버 테러였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홈페이지 접속이 지체되자 투표소 위치를 확인하려는 정상적인 접속 때문인지 아니면 디도스 공격인지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디도스 공격을 확인하자 즉시 주요 공격 IP를 수동으로 차단하는 한편, 홈페이지를 KT 사이버대피소로 옮겨 시스템을 정상화 시켰습니다. 또 투표 마감과 개표 업무에 대비하여 회선을 1기가로 증속했습니다. 기민한 대응 덕분에 선거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디도스 공격에 여당인 한나라당 관계자가 두 명이나 연루된 것입니다. 이들은 사건 전날 술자리를 함께하며 나경원 후보의 당선을 위해 디도스 공격을 모의했습니다. 그리고 한나라당 의원 비서가 필리핀에 거주하는 공범들에게 1천만 원을 주고 디도스 공격을 사주했습니다. 공범은 26일 새벽 1시쯤 필리핀에서 1차로 테스트성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뒤 오전 5시부터 집중 공격을 가했고 11시까지 계속했습니다. 공격에는 모두 1,500대에 이르는 좀비PC가 동원되었다고 합니다.

    ■ 불신과 의혹, 디도스특검
    검찰의 수사 발표 이후에도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더욱이 디도스 공격의 피해자인 선거관리위원회를 불신하고 마구잡이로 의혹을 제기하며 흔들었습니다. 야권에서는 특검 도입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사회 각계에서도 특검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여당에서도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디도스검증위원회를 꾸려 실체를 규명한다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였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증거 제출을 요구하는 “참으로 적반하장”이라며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아울러 특검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명백히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2012년 2월 마침내 여야는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특검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곧 박태석 특검팀이 구성되었습니다. 특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를 포함해 관련 기관과 업체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습니다. 90일 동안 수사한 특검의 수사 결과도 검찰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후 선거관리위원회는 디도스 공격에 대비해 통신보안장비를 확충하며 만일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습니다. 독자적인 선거정보통신망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고, 아울러 2012년부터 홈페이지 외에 다음(Daum)과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사와 협업해 ‘투표소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이중삼중으로 대비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글쓴이 :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 담당관 박종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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