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이야기

  • 1인 8표로 치러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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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선거정국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으로 촉발된 촛불집회와 2009년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사망을 계기로 여론은 정부·여당에 싸늘히 식어있었습니다. 야권은 파상공세를 펼쳐 나갔습니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국민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지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은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정치 구도는 다수의 보수와 다수의 진보진영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전자에는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미래연대가, 후자에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포진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야권은 단일화를 모색했지만 서로 입장 차이가 커 전국적인 후보단일화에는 실패했습니다. 다만 지역별로는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었습니다. 단일화를 희망하는 지역에서 서로 협의하고 양보해 결과를 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시·도지사선거에 나서지 않고 민주당에 양보하는 대신 일부 지역 자치구·시·군의 장선거에서 민주당의 양보를 얻어내는 식이었죠. 지방선거가 여러 선출직을 뽑는 선거였기에 가능했습니다.
    꼭 단일화하지 않아도 야권은 선거연합을 통해 전국적으로 정권심판론과 친서민정책을 내세웠습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복으로 맞섰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주요 이슈는 4대강 사업,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문제, 무상급식 논란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다른 쟁점들은 뒤로 밀려나고 모든 정치적 이슈는 천안함 사건으로 집중됐습니다.

    ■ 1인 8표로 분주해진 선거 준비
    이번 선거는 사상 최초로 8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기 때문에 많은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시·도지사, 자치구·시·군의 장, 지역구 시·도의회의원, 비례대표 시·도의회의원, 지역구 자치구·시·군의회의원, 비례대표 자치구·시·군의회의원,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 8개였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세 차례나 선거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그 결과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방법을 확대하고 공개장소 연설·대담자의 제한과 선거사무소 간판·현수막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등 선거운동 자유를 확대하였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국내 거소신고인 명부에 올라 있는 재외국민에게도 선거권이 부여돼 5만여 명에게 투표 참여 기회가 제공됐습니다. 또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여성후보자 의무추천제가 도입돼 각 당은 지역구 지방의회의원선거에서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1명 이상을 여성후보로 추천해야 했습니다.
    투표 준비에도 만전을 기했습니다. 투표소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고는 종교시설 안에 설치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투표소에 입장하면 두 번에 걸쳐 투표하게 준비했습니다. 8개 선거를 한꺼번에 치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4개씩 선거를 나눈 거죠. 한 번 투표할 때마다 투표용지 4장을 사용하고, 1·2차 각각 투표용지 색을 다르게 제작했습니다.

    ■ 여론조사 실패 그리고 15년 만의 최고 투표율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우려됐지만 선거 끝 무렵 경합 선거구가 증가하고, 교육감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권자의 투표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 홍보 역시 한몫했습니다. 놀랍게도 지방선거 사상 15년 이래 최고치인 54.5%의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19세와 30세 미만 유권자의 투표율 상승이 높았습니다.
    선거전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의 수도권 시·도지사 후보들이 상대후보에게 10% 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은 선거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여론조사 예측과 달랐습니다. 한나라당이 서울, 부산, 대구 등 6개 지역 시·도지사를 가져갔지만, 경상남도지사선거에서 패배하는 등 직전 지방선거 성과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호남뿐만 아니라 인천, 강원, 충청 등 7개 지역 시·도지사를 당선시켰습니다. 자치구·시·군의 장 선거에서도 수도권과 경남, 부산 등에서 다수의 당선자를 배출시켰습니다.

    ■ 1인 8표제의 어려움을 극복한 선거
    8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면서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후보자가 난립하면서 시·도지사선거 외에 다른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너무 후보자가 많아 일일이 정보를 확인하기도 벅찼습니다. 때문에 시·도지사에 대한 투표가 다른 선거의 같은 정당 후보자에게 이어지는 이른바 ‘후광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선거사상 처음으로 8개 선거를 동시에 치른 선거였습니다. 매우 어렵고 복잡했던 선거과정 속에서도 법규를 정비해 각종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였습니다. 유권자도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면서 투표율이 올라갔습니다. 대다수 정당·후보자들도 법을 지키려 노력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공명선거 노력에 화답했습니다. 덕분에 전반적으로 법과 질서가 지켜지고,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질 수 있었습니다.

    <글쓴이 : 화성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주임 박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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