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19일 실시된 제16대 대통령선거는 한국 정치사에 큰 전환점을 남긴 선거였다. 단순히 정권을 둘러싼 경쟁을 넘어,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선거문화가 꽃피운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국민참여경선의 도입, 인터넷 기반의 자발적 팬클럽 활동, 세대 교체 가 결합되면서 한국 민주주의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 국민참여경선과 ‘노풍’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당내 후보 선출 방식을 과감히 개혁하여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하였다.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경선은 정치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높이는 획기적인 실험이었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는 메시지와 서민적 이미지로 주목받았고, 국민의 자발적 지지를 끌어내며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두었다. 국민은 이 과정을 “16부작 정치 드라마”라 부르며 열광했고, 그 열기는 곧 ‘노풍(盧風)’으로 확산되며 본선까지 이어졌다.

• 제16대 대선 한나라당 국민참여경선 후보자 선거벽보(2002)
• 제16대 대선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 후보자 선거벽보(2002)
• 열린우리당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제 정당홍보물(2007)

■ 자발적 팬클럽의 등장
이 선거에서 특히 눈에 띈 현상은 후보자를 중심으로 한 자발적 팬클럽의 등장이었다. 이는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정책과 가치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만든 지지조직이었다.
이전 1980~1990년대에도 김영삼의 등산 모임인 ‘민주산악회’, 김대중의 ‘민주연합청년동지회’ 등의 사조직이 있었는데 친목단체를 내걸고 우회적으로 정치활동을 하기 위함이었다. 이 두 조직은 제5공화국 시절의 산물이었으며, 동시에 두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든 숨은 선봉장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인터넷의 확산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새로운 팬클럽들은 특정 정당 조직이 아닌 수평적 구조로 운영되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오프라인 캠페인을 펼쳤다. 16대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정치인 팬클럽이 대세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는데, 노사모(노무현), 창사랑(이회창), 박사모(박근혜), 문팬(문재인), 국민희망(안철수), 심크러쉬(심상정) 등 다양한 후보자 지지 모임들이 생겨났다.
과거 사조직이 ‘위로부터의 동원’이었다면, 팬클럽은 ‘아래로부터의 참여’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달랐다. 일부 팬클럽은 선거기간 중 공적선거법상 제약을 받거나 선관위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팬클럽의 등장은 한국 선거문화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오늘날에도 SNS와 같은 실시간 소통 수단의 발달로 정치인 팬클럽 활동은 더욱 다양해 지면서 정치인 팬클럽은 하나의 정치 문화가 되었다.

■ 본선의 치열한 승부
본선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되었다. 선거 막판까지 두 후보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고, 개표 과정에서도 결과가 뒤바뀌며 국민들의 긴장이 고조되었다. 최종적으로 노무현 후보가 48.9%, 이회창 후보가 46.6%를 얻어 불과 57만여 표 차이로 승리했다. 이는 한국 대선 역사상 제20대 대통령선거와 함께 박빙의 승부로 손꼽힌다.

• 제16대 대통령선거 홍보 포스터
• 제16대 대통령선거 투표용지
• 제16대 대통령선거 노무현 후보 선거운동
• 제16대 대통령선거 이회창 후보 선거운동

■ 참여와 소통이 연 민주주의
제16대 대통령선거는 한국 정치사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정당 후보 선출 과정의 민주성과 개방성을 높였다. 둘째, 인터넷 기반의 자발적 팬클럽은 시민이 정치 과정의 적극적 주체로 나설 수 있음을 증명했다. 셋째, 지역주의 정치의 극복과 세대 교체의 가능성을 열었다. 무엇보다 이 선거는 과거 조직 동원 중심의 선거에서 벗어나, 공감과 소통을 기반으로 한 시민 중심 선거문화로 나아가는 출발점이었다.
2002년의 대통령선거는 한국 민주주의가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였다. 그 중심에는 국민참여경선의 실험과 함께, 자발적으로 모여 후보자를 지지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시민들의 힘이 있었다. 이처럼 제16대 대통령선거는 새로운 선거문화가 꽃핀 역사적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대한민국을 만든 70가지 선거 이야기」 참조
(링크:http://elecinfo.nec.go.kr/neweps/ezpdfwebviewer/ezpdf/customLayout.jsp?contentId=2F6570646174612F455031382F4D4F4E323031382F30312F4D4F4E303132303138303033342F4D4F4E303132303138303033345F30303031532E706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