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이야기

  • 선거법 위반행위 단속 시작

    |25/05/28


  • 우리는 선거를 통해 나라 일을 맡길 사람들을 직접 선출합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 도지사처럼 중요한 자리의 사람들을 모두 국민의 투표로 선출합니다. 하지만 누군가 정해진 규칙을 무시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은 선거 때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받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1989년에 있었던 두 번의 특별한 국회의원 재선거와, 그때 처음으로 등장한 선거관리위원회 단속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타락한 후보자와 유권자가 벌이는 황금축제
    첫 번째로 이야기할 재선거는 강원도 동해시에서 시작됩니다. 1988년에 치러진 제13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홍희표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무효가 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홍희표 후보는 원래 여당인 민정당 소속이었지만 공천을 받지 못하자 당적을 정리하지 않은 채 무소속으로 출마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선거법에서는 무소속 출마를 하려면 일정 기간 전에 당적을 정리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선거를 무효로 판결하였고, 1989년 4월 14일에 재선거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동해시는 조용한 소도시였지만 재선거가 결정되자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유명 정치인들이 동해를 찾아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응원하며 지원에 나섰습니다. 선거 열기는 “축소판 1노 3김전”을 방불케 하듯 마치 축제처럼 뜨거웠습니다. 선거의 열기가 너무 뜨거웠던 탓인지 거리에는 불법 벽보와 현수막이 넘쳐났고, 음식이나 선물, 심지어 돈을 나눠주며 표를 부탁하는 불법 행위도 많았습니다. 한 언론에서는 이 선거를 “타락한 후보자와 타락한 유권자가 벌이는 황금축제”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혼탁했습니다.

    ■ 공명선거를 위한 첫 걸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때까지 단속권도 없고 인력과 장비도 열악했지만 오직 공명선거 실현이라는 대의를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창설 이래 처음으로 ‘선거법 위반행위 단속반’을 꾸리고 직접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들은 불법 벽보에 단속 표시문을 붙이다가 멱살을 잡히기도 하고, 풀통이 숱하게 걷어차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단속반 직원들이 정당 당사에 끌려가 협박을 당하는 등 그야말로 질서가 무너진 무법천지였습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혼란은 더욱 심해졌고, 이홍섭 신민주공화당 후보에 대한 금품 매수 및 사퇴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선거가 혼탁하고 과열되자 선거관리위원회는 1989년 4월 7일 선거사상 처음으로 후보자와 선거사무장 모두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이었고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행위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회창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각 정당의 총재에게 공명선거를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편지의 내용 중에는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 짓밟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며, …앞으로 금품수수 또는 공직자의 선거 관여와 같은 행위나 기타 어떠한 위법행위라도 확실한 자료에 의하여 확인되기만 하면 단호하게 법적으로 조치할 생각이다.” 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공명선거 구현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는 단호하게 대응했습니다. 동해시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모두 58건의 위법행위를 적발해 12건은 검찰에 고발했고, 5건은 경고, 41건은 주의와 시정조치를 내렸습니다.

    ■ 강화된 단속, 반복되는 불법
    4개월 뒤인 1989년 8월 18일 서울시 영등포구을에서도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앞선 동해시 재선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거관리위원회는 단속 인력을 120명으로 크게 늘리고, 카메라와 녹음기 같은 장비도 동원해 불법행위 단속에 나섰습니다. 덕분에 거리의 불법 벽보와 현수막은 줄었지만, 친목회나 향우회 등 모임을 빙자해 음식과 돈을 나눠주는 불법 선거운동은 여전히 계속되었습니다. 또한 각 후보자를 지지하는 사람들 간의 편가르기,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흑색선전물 배포 등 혼란스러운 모습도 있었습니다. 영등포구을 재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총 70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하였는데 그중 7건을 검찰에 고발하였고, 경고 2건과 61건의 주의·시정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고발된 사건에 대해 증거 불충분이나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모두 기소유예와 무혐의로 처리하였습니다. 이에 이회창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동해시와 영등포구을 재선거의 불법 혼탁한 선거를 바로잡지 못한 데 책임을 느낀다는 입장을 밝히고 사퇴하며 결연히 공명선거를 촉구하였습니다.

    ■ 공명선거를 위한 노력
    이전까지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선전물을 부착하거나 투표, 개표관리 등 절차적인 업무에 전념하였고, 불법 선거운동 단속은 검찰과 경찰의 소관으로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1989년 동해시 재선거를 계기로 선거관리위원회는 처음으로 불법행위 감시·단속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선거법 위반행위 단속 활동은 공명선거를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국민과 여론도 선거관리위원회의 공명선거에 대한 남다른 노력을 높게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선거관리위원회는 1991년 지방선거부터 전국적으로 단속반과 선거법 위반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불법선거에 대해 최고 50배 과태료 부과와, 신고자에게는 최고 5억 원 포상금 제도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선거는 단순히 누가 당선되었는가 보다 어떻게 당선이 되었느냐가 훨씬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깨끗하고 정직한 선거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리를 지키는 중요한 약속이기에 선거관리위원회는 공명선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다음글 다음글이 없습니다.
  • 이전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디서든 참정권 보장

[13809] 경기도 과천시 홍촌말로 44 대표전화 : 02-50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