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후보 선거 운동용 수첩
|24/10/23
2024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민간 소장 기록물 공개구입 사업을 통해 수집한 신규 자료 하나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크기가 10㎝(가로)*14㎝(세로)인 성인 남성 손바닥 크기 정도의 작은 수첩이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낡은 외관은 수첩 등부분의 검정 종이테이프가 2/3가량 유실되어 원래색으로 추정되는 하늘색이 보이며 나머지 부분은 어두운 색으로 변색되었다. 부분 부분 찍히기도 하였지만 전체적인 외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이 수첩은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수첩은 당시 시중에서 “세일”이라는 제조사명으로 판매된 공산품으로 보인다. 총 35페이지로 사철제본(실제본)된 제품인데, 마지막 낱장은 절취된 흔적만 남아있다. 2면부터 필기되어 초입부의 1장을 빼고는 마지막 면까지 빠짐없이 필기되어 있다. 공란으로 비워둔 초입부의 1장을 경계로 앞쪽에는 신민당과 민중당의 1967년 5월 14일부터 6월 7일까지 일정이 쓰여 있다. 뒤쪽에는 지역, 날짜, 시간 등을 제목으로 달고 연설문구, 후보자 분석 등이 적혀있다. 그 중 한 페이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산북, 5월 16일 13.50분, 14.55분 채문식
채문식이 무슨 목적이 있어서 또 나타났습니다.
이 고장에서 학교를 나오고 이곳에서 자랐습니다.
매양 선거때 마다 표를 주시고, 물심양면 도와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4년이 지나면 또 오고 또 오는 것은 신세 진 것을 갚기 위하여 여기에 또 왔읍니다.
여러분의 귀중한 표를 깨끗하게 보내주십시오.
은해를 갚겠읍니다. 시골의 촌노 한분이 말씀하시기를
금력과 권력을 당해낼 수 있겠는가라고 말씀합디다.
저는 믿고 있기를 여러분을 믿고 출마를 했읍니다.
채문식이가 가장 생소한 곳이 농암이올시다.
신북면이 또 생소한 곳입니다. 그러나 표가...(줄임)
앞선 내용에서 살펴보면 수첩의 주인은 ‘채문식’이라는 사람이며, 이 고장에서 학교를 나오고 자랐다는 문구가 있는데, 수첩 곳곳에 점촌, 농암, 주평, 가은 등의 문구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 고장은 문경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깨끗한 한 표를 호소하고, 여러분을 믿고 출마 했다는 내용으로 보아 수첩의 주인이 선거에 출마했음을 알 수 있다.
20페이지 중간쯤 ‘6월 8일 우리의 정치 풍토를 바꾸어야 겠습니다.’ 라는 문구에서 그가 1967년 6월 8일 실시된 제7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이 수첩은 제7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채문식’이라는 후보자의 선거준비 수첩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자료1]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소장하고 있는 제7대 국회의원선거 채문식후보 선거공보이다. 경북 제18지역선거구 문경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행한 이 자료를 통해 그가 문경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선거당시 신민당에서 기호 6번으로 출마하였음을 알 수 있다.
공보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럼에도 불고하고 불초 채문식. 원래 비재박덕하여 한번도 여러분의 기대에 부옹하지 못하고 그 은공의 백분지 1도 보답하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죄스럽게 여깁니다.’라는 문구에서 그가 아직 한 번도 당선이 되지 못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실제로도 제7대 국회의원선거까지 3번 낙선하였다가 1971년 제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신민당 초선 당선인으로 정치에 입문하였으며, 그 후 제13대 국회의원선거까지 6선을 하였다.
수첩은 날짜 및 시간이 기재된 유세 내용 및 유세 일정, 상대 후보에 대한 분석, 선거법에 대한 개인의 생각 등이 빼곡히 기재되어 있다. 이 작은 수첩을 통해 수첩 주인의 정치사상 및 선거전략, 유권자와의 소통방식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는 당시의 정치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